달동네 설움이 흰여울처럼 흘러내리는 낭만마을

영도 흰여울문화마을과 절영해안산책로
기사입력 2019.12.05 08:34 조회수 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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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흰여울문화마을.jpg

(사진: 영도문화원 (yeongdo@kccf.or.kr
 

부산 여행의 으뜸은 산복도로가 아닐까? 산복도로(山腹道路), 말 그대로 산()의 중턱()을 지나는 도로다. 부산항 맞은편 영도 산복도로는 부산에서도 가장 늦게 형성된 마을이다. 대부분의 산복도로에 위치한 마을들은 한국전쟁 때 피난민의 역사와 아픔을 오롯이 품은 판자촌 동네였다. 더덕더덕 붙은 집들과 좁은 골목, 보잘것없는 허름한 가옥들의 집합체이다. 사실 영도는 6·25한국전쟁 때 대평동에 피난민대피소가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 피난민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달동네라고 한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이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 데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 가사 중)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 가사에도 나와 있는 영도대교를 건너오면 길가에 유난히 말 동상이 많이 눈에 띈다. 영도는 삼국시대부터 나라에서 말을 기르던 국마장(國馬場)이었다. 이곳의 말들은 그림자도 끊을(따라잡지) 정도로 빨라서 절영마(絶影馬)’라 불렀다. 그래서 영도의 옛 지명이 절영이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흰여울문화마을은 지금과는 다른 옛날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오늘날 모습으로 변신한 건 2011 12월에 마을 전체를 리모델링해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공간과 생활 속 문화를 만나는 독창적인 문화예술 마을로 재 탄생한 것이다.  

 

매일 두 시에 도개하는 영도대교 건너있는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은 절영로를 가운데로 뒤로는 봉래산이, 앞으로는 바다를 안고 있는 배산임수형 마을이다.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흰여울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은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절벽에서 흰 포말을 이루며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흰 눈이 내리는 듯 보인다 하여 붙여 졌다고 한다.  

 

마을 지도에서 보듯이 절영로에서 흰여울길 사이에는 세로로 14개의 골목이 나있고 전체로 보면 여러 갈래의 샛길들이 미로처럼 얽혀있어 피란 시절의 힘들고 피곤했던 생활이 지금도 그대로 숨쉬는 듯 하다.

 

흰여울 지도.jpg

 

문화마을과 해안절영산책로 두 군데를 한꺼번에 둘러보기 위해서는 지도에 표시된 출발점에서 시작해 이송도 전망대에서 마치고 오른쪽 도돌이계단으로 내려와 흰여울 해안터널을 지나 해안가를 보고 나서 유턴해 해녀촌 탈의실 옆 계단으로 올라와 마치는 코스가 효율적이다. 그런데 이송도는 섬이 아니라는 사실. 흰여울마을 바다 건너편이 송도해수욕장인데(그 유명한 송도 해상 케이블카가 있는 곳) 1960~70년대 전성기를 누리던 관광지였다. 영도 주민들은 이곳도 송도 못지않게 경치 좋고 놀기 좋은 곳이라는 뜻에서 송도해수욕장을일송도, 흰여울마을 부근을이송도로 부른 데서 유래한다

 

해안절영로산책로는 부산 전역에 조성된 갈맷길(총 길이 263km) 3-3구간 중 일부로 영도지역 구간이다. 흰여울 해안터널을 지나 계속 이어지는데 남항 외항을 끼고 태종대까지 해안길과 산길로 연결되어 있다. (이 구간을 다 걷는 것도 좋지만 이번 길은 문화마을과 절영해안길이기에 여기서 마친다)

 


시작계단.jpg

 

본격 흰여울문화마을 탐방을 위해 절영해안도로라고 표시된 맏머리계단으로 내려간다. 맏머리계단은 계단 중간에맏머리샘이 있어 붙은 이름

 

흰여울길을 걷기 전에 이 다섯 개의 키워드를 정리하고 돌아보자.   

①미로처럼 얽혀진 14개의 골목길, ②믿머리계단, 꼬막집계단, 무지개계단, 피아노계단, 도돌이계단 등 5갈래의 계단, ③절영해안산책로에서 흰여울문화마을을 떠받치고 있는 축대, ④부산 남항 외항의 배들의 주차장 묘박지(錨泊地), ⑤꼬막을 닮은 작은 하꼬방 집들이다. 그리고 달동네 하꼬방집 안을 내부를 보기 어려운데 이런 특징이 잘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흰여울마을 안내소도 꼭 들려야 한다

 

골목길.jpg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카페와 상점들도 생겨났는데 길 중반쯤에 있는 점빵을 들려 가자.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데 커피, 차 등의 음료와 라면, 우동, 토스트, 떡볶이 등 간단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다. 음료와 간식을 즐기며 담벼락 너머 펼쳐진 눈부신 바다와 파도소리, 바람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이곳은 수익금를 마을 전체를 위해 사용한다. 일종의 공정여행이라고 할까?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명소니변호인촬영지도 둘러 봐야 한다고 김영애 씨가 운영하는 국밥집으로 설정됐지만 마당으로 들어서는 계단과 집의 겉모습만 나왔을 뿐 실제 국밥집 장면은 다른 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담장에는 그의 사진과 함께 명대사도 적혀 있다.  

 

니 변호사 맞재?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 고인의 음성이 들리는 듯 새삼 절절하게 다가온다.  

 

촬영지를 지나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인 꼬막(조개류의 꼬막)집들을 보인다. 또한 마을 사람들이 플라스틱 통에 흙을 담아 기른 갖가지 채소들이 바다 색깔과 닮아있다. 애초에 이 좁은 마을에도 텃밭과 축사 등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59년 태풍사라’, 1987셀마등에 다 휩쓸려 가 지금은 흔적도 없다.

 

묘박지.jpg

 

흰여울길에는 좁은 공간에 어울리지 않게 화장실이 많다. 관광객을 위해 지어 놓았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옛 시절을 생각해 보면 당시에 집집마다 화장실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공동화장실이 필요했고 집짓기 힘든 자투리 땅에 지은 게 오늘에 이른 것이다. 지금도 집 안에 화장실이 없는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으니 귀하게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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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아래 절영해안산책로에서 마을을 바라다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깎아지른 산허리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축대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에는 삶이다 보니 그런 것도 낭만이 된다. 걸으며 마을 어디서나 바다를 보면 여느 바닷가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배들의 주차장, 묘박지(錨泊地)이다. 대형 선박들이 하루 평균 70~80척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부산 남항에 들어오는 화물선이나 원양어선, 선박 수리나 급유를 위해 찾아오는 선박들이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무는 곳이다.

 

 

묘박지1.jpg

 

 

 

마을을 둘러보고 이송도 전망대를 거쳐 피아노계단을 통해 절영해안 산책로 내려 간다. 총 연장 3, 왕복 2시간 정도의 산책로로 전국 5대 해안누리길로 선정된 곳이다. 특히 구불구불 이어진 전 그간을 걸으면 곳곳에 장승과 돌탑, 출렁다리, 장미터널파도광장, 분수대 등 볼거리, 즐길거리를 즐길 수 있는 명품길이다. (코스는 반도 보라 아파트~중리 해녀촌~75 광장~감지 해변 산책로 입구)
 

절영해안 산책로는 아픈 역사를 가진 고단한 길이다. 온나라에 몰아쳤던 IMF 사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당시 부산 영도구청이 시행한 공공 근로 사업으로 계획되어 1999 1월부터 20013월 까지 27개월에 걸쳐 연인원 10 5000명의 근로 인력을 투입해 만들어진 길이다.

  

절영해안산책로에 있는 흰여울해안터널은 피아노계단과 파도광장 사이 급경사 계단구간 사이 해안암벽에 약 70m 터널을 뚫어 2018 12월 인공적으로 만들어 개통했다. 터널 내부에는 인조암 시공, 광섬유판석조명, 포토존 등을 설치해 이제는 횐여울길애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터널.jpg

 
 
어찌 보면 흰여울문화마을은 과거 전쟁의 역사, 고단한 삶의 산물이다. 오늘날 마냥 낭만 감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그 길을 걸을 때 마다 굳세어라 금순이를 생각하며 걸어야 한다. 어제의 고통도 지나면 감성 낭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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