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와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기사입력 2020.03.15 16:31 조회수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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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3.jpg

 

세상이 온통 난리다.

영장류에 속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사고 능력으로 인해 생태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종 바이러스의 위협 앞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총알이 빗발치고 포성이 자욱한 전장의 참호 속에서 잠시 품 안의 사진을 꺼내 들고 휴식을 취하는 병사처럼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문득 떠오르는 몇 가지 상념을 잠시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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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 위생
아파트 엘리베이터 입구며 자주 가는 카페 카운터 위며 대중 시설 화장실 등등에 놓여 있는 손세정제를 틈만 나면 찍어 손에 바르면서 생각해 본다.
'여태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자주 손을 씻어본 적이 있던가?'

솔직히 고백하자면(매우 부끄럽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며 손을 씻고 난 이후 일상 생활을 하면서 나는 거의 손세정을 하지 못하며 살았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이후에도 무심하고 대범(?)하게 그냥 나오는 이유는 어릴 적 습관을 붙이지 못하고 지낸 까닭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은 좋게 말해서는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남아선호 사상이 지배적인 시대를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는 자신의 맏아들을 신주단지 모시듯 떠받들며 보살폈다.
 
게다가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선생님들 칭찬을 한 몸에 받는 귀한 아들한테 먹고 싶은 건 뭐냐고 물어보시곤 했어도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는 잔소리는 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잔소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하고 그쯤 되어야 비로소 아이들은 미개한 포유류의 미개한 습성에서 벗어나 사람다운 품행을 몸에 장착하게 되는 법이다.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저 잘난 줄 알고 손도 안 씻고 자란 녀석들은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줄 알고 지내면서 마음을 씻으며 자신을 성찰하는 일에도 게을러진다.
 
이번 기회에 손이 닳도록 손세정제 바르고 또 문질러서 기어이 청결한 삶을 유지하기로 다짐해 본다.
 
2. 인간(人間)이란 말의 뜻
바이러스 보균자의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질병의 특성 상, 확진자는 격리를 시켜야 하고 일반인들도 면대면 접촉을 피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한다.
 
학교는 휴교하고 상점들은 문을 닫고 나라별 입국 제한 조치로 공항도 한산하기만 하다.
우리의 일상이 무너진다는 말은 통장에 들어오고 나가야 하는 돈이 막혀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것 이외에도 만나고 싶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담겨있다.
 
나만 해도 여든 넘으신 노모를 일주일에 한번씩은 찾아 뵙고 지냈었는데 하루 종일 텔레비전 켜 놓고 시간 보내시는 어머니가 먼저 전화하셔서 절대로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신다.
 
우리는 왜 스스로를 인간 人間이란 말로 칭했을까? 그냥 사람 人만 쓰면 간편하고 외우기 쉽고 그랬을 텐데 굳이 사이 間이란 글자를 집어넣어어찌 보면 군더더기처럼 사족을 달았느냐는 말이다.
 
그건 바로 다른 야생의 동물들처럼 무리를 지어 외부로부터의 침입에 대처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지혜를 오랜 시간 진화를 거치며 체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생각을 하는 능력이 더해진 영장류의 으뜸인 이 무리는 건전지가 단순 병렬로 연결되어 수명이 길어지는 것 못지 않게 직렬 연결되면 파워가 강해진다는 것도 알게 된 듯하다.
 
사이가 있다는 말은 그 사이에 비지니스 관계도 놓이고 사랑하는 마음도 놓이고 미워하고 시기하는 다툼과 분열도 놓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인간이란 배를 묶은 만큼 굵고 튼튼한 밧줄이 되고 싶어 하지만 실은 그 배에 실린 그물과도 같아서 모서리 코 하나만 풀려도 위태로워지는 존재가 아닐까 한다.
 
3. 위태로운 청춘
31번 확진자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갔고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어느 이단 종교의 신도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신천지라는 이름이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사이비 종교 길래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제정신을 잃고 저토록 돌연변이처럼 행동하는가?'
뉴스를 접하며 많은 사람들이 21세기 대명천지에 아직도 저런 미개한 논리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특히 20대 청년들이 다수라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스물 세 살 우리 아들이 현재 공익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술 한 잔 기울이며 탐색을 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과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가? 소위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층은 외부에서 보기엔 매우 당차고 스마트하고 치열하게 생존을 위한 분투를 벌이고 있는 특징이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그들은 이번 바이러스 전파에 중간 숙주로 자리한 천산갑처럼 겉으로는 강인한 비늘과 가시로 무장을 하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정신적인 취약점에 시달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시대가 어수선하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여겨지는 사회는 점점 밀림과도 같은 공기가 흐르면서 야수들이 득세를 하고 작고 어리고 아픈 것들에게 자비가 없는 풍토가 형성된다.
 
우리는 과학과 문명의 힘으로 야만과 미개를 극복하고 새로운 유토피아를 건설하고 있다고 자부할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숲이 망가지고 환경이 파괴되는 비극일 수도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65세 이상 고령층이 신체적으로는 취약 계층임이 밝혀졌지만, 동시에 정신적으로 그에 못지 않게 휘청거리는 젊은 청춘들도 이 사회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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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 현황>이 발표되었다.
잠시 동안 밤 사이의 휴식도 이제 끝나고 다시 전장의 한복판으로 걸어 나가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아침마다 신발끈을 묶고 현관을 나섰던 때가 내 인생에서 몇 번은 더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최초이자 가장 암울한 마음이 들었던 때는 재수를 시작하며 일 년을 보냈던 때였다.
 
과연 내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공포의 심정으로 사회에서 격리된 재수생의 신분으로 고립되고 폐쇄된 생활을 지냈던 그 시절.
 
그 시절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숙이 무의식에 박혔던 지 성인이 되어 중년으로 접어들 때까지 나는 가끔 그 시절과 관련된 악몽을 꾸며 잠에서 깨곤 했다.
 
지금의 이 고통스러운 시기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고 우리는 모두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절이 지나고 우리 모두에게 남는 것이 세월호의 아픔처럼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한탄으로 남아 악몽을 계속 꾸지 말았으면 좋겠다.
 
호모 사피엔스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배우는 것이 있고 깨닫는 것이 있었기에 그걸 교훈으로 역사로 남기면서 진화해 온 이력이 있지 않은가?

 

김광진프로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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