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그리고 처절한 전쟁 상처를 치유했던 음악이야기

6월25일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기사입력 2020.06.24 01:23 조회수 2,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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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19세기 초반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침략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는데 부패된 위정가들이 망가뜨린 러시아의 사회구조는 프랑스의 침략을 받을 빌미를 제공한다. 이 전쟁은 러시아와 프랑스에게도 엄청난 인명(人命)의 사상(死傷)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은 바로 당시의 상황을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중세의 이야기를 수많은 오페라로 만들었던 ‘바그너’는 게르만 민족 우월주의자였다. 그래서 ‘히틀러’는 바그너를 매우 존경했으며 그 이야기는 ‘탐 크루즈’ 주연의 ‘작전명 발퀴리’란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를 암살하려 했던 레지스탕스 영화로서 ‘히틀러’는 자신이 암살되거나 소요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비상계획을 미리 수립해 놓았고 그 작전명이 바로 ‘발키리’(독어 : 발퀴레)다. 영화속에서 ‘히틀러’의 대사 “바그너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고선 이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라고 했을 정도다.

‘발퀴레’는 4부작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Der Ring des Nibelungen)의 두번째 작품명인데 12세기 스칸디나비아와 독일의 영웅담에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세 왕국의 싸움 즉 신의 왕국, 인간의 왕국, 지하세계에 사는 니벨룽겐의 어두운 왕국이 한반도의 삼국시대같은 전쟁을 펼치는 얘기다. 라인강 부근에서 채굴한 금으로 만든 반지를 소유한 사람이 전세계를 장악하게 된다는 설정은 바로 영화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로 발전되기도 한다. 발퀴레는 신비의 동물(새)로서 죽은자들의 영혼을 치유해주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는데 바로 ‘로버트 듀발’이 나온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그 주제곡이 멋지게 흘러나오기도 한다.

수많은 국가(國家)의 국가(國歌)는 침략을 당했을 때 적을 물리치기위해 국민의 단결을 이끌어내는 노래로 만들어졌다. 미국의 국가는 영국과의 치열한 전쟁이 그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고, 프랑스의 국가 ‘마르세유의 노래’는 프랑스혁명 당시 '라인군을 위한 군가’로 만들었다가 이후 국가가 되었다.

“가자, 이 땅의 아들딸들아. 피에 찌든 깃발이 있는 저 들판에서 흉악한 소리가 들려온다. 적들이 우리의 자식들과 아내들의 목을 찢으러 다가오고 있다. 두손에 무기를 들고 나가자. 적의 더러운 피가 우리의 밭고랑을 흐르게 하자.”

월드컵축구에서 프랑스의 국가가 나오고 번역된 가사가 자막으로 흐르는데 섬뜩하기 이를데 없다.
다소 생소하지만 중국의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노예 되기 싫은 사람들아. 우리의 피와 살로 새 장성을 쌓자. 중화민족에 닥친 가장 위험한 시기, 억압에 못견딘 사람들의 마지막 외침. 일어나라! 우리 모두 일치단결하여 적의 포화를 뚫고 전진하자!” 이 노래의 제목은 ‘의용군행진곡’인데 1931년 일본제국주의가 만주사변을 일으켜 중국의 동북3성을 침략 점령하였던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이때 상해영화공사(上海)에서는 항일과 구국을 주제로 한 ‘풍운아녀(風雲兒女)’라는 영화를 제작했었고 그 영화에 나온 싯구를 노랫말로 해서 행진곡풍으로 만든 것이 이 노래의 출발점이다.

20세기 중후반 아시아에서 발생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 대해 미국과 영국의 포크가수들은 다양한 노래를 통해 인간성 상실을 야기(惹起)한 명분없는 이데올로기 전쟁을 고발했다.  그 가운데서도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그 많은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는 Pete Seeger, Peter Paul & Mary, The Kingston Trio, Joan Baez등에 의해 불리워지는데 간결한 멜로디와 마치 불교의 윤회(輪回)사상을 담고 있는듯한 가사전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다.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젊은 아가씨들이 모두 다 꺾어갔는데 언제쯤이나 사람들은 그걸 알려나?
*젊은 아가씨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모두 다 젊은 청년들을 (사랑해) 따라갔는데 언제쯤이나 사람들은 그걸 알려나?
*젊은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모두 다 군인이(전쟁터로) 되었는데 언제쯤이나 사람들은 그걸 알려나?
*군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모두 다 무덤에 묻혀있는데(전사) 언제쯤이나 사람들은 그걸 알려나?
*무덤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만발한 꽃들로 뒤덮혔는데 언제쯤이나 사람들은 그걸 알게 되려나?

매년 6월이 되면 강원도 화천의 평화의댐 부근의 비목공원에서는 비목문화제(碑木)가 열린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비목이여~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비목.jpg

(유튜브캡처)

이 노래는 1960년대 초중반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전투초소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한명희 선생(전 서울시립대 교수, 전 국립국악원 원장)이 작사한 곡인데 어느 날 강원도 화천 백암사 부근의 양지바른 산모퉁이를 지나면서 십자나무위에 걸려있는 구멍난 철모와 녹슨 카빈소총 한자루, 그리고 그옆에 피어 있는 산목련, 그 아래 무명용사의 돌무덤으로 추정되는 돌들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후 TBC 방송국 프로듀서로 입사하여 〈가곡의 언덕〉 등 가곡 프로그램을 담당했는데 마침 작곡가 장일남 선생(1932∼2006)으로부터 신작 가곡을 위한 가사를 의뢰받고 ‘조국을 위해 죽어간 젊은이들을 기리는 내용’의 가사를 지은 것이다. 또한 이 노래는 당시 TBC 드라마 주제곡으로 방송되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 노래는 차분한 템포로 작고 낮은 음으로 시작되어 점점 크고 높은 음으로 전개되는데 의미심장한 시어(詩語)들이 깊이를 더해주는 가곡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특히 반복적인 가사와 더불어 초연(硝煙), 화약 연기가 사라진 과거의 전쟁터, 두고 온 고향을 그리던 병사, 또한 앙상한 비목과 적막함 그리고 궁노루(사향노루과의 작은 노루) 의 이미지가 예술적으로 승화(昇華)된 명곡중 하나다. 이 가곡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시대적 상징이기도 한데 무명용사의 희생과 죽음에 이토록 우리들의 마음이 숙연해지는 곡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음악교과서에도 실렸고 호국보훈의 달 6월에 개최되는 비목문화제에서는 한국전쟁에서 사라져간 수많은 무명용사(無名勇士)들의 넋을 달래고 전쟁없는 세상을 기원하는 의식을 갖는다.

이 가곡을 처음 부른 성악가는 메조소프라노 ‘김청자’인데 1940년생으로 진명여고를 졸업하고 음악공부를 위해 독일로 가는데 경제사정이 안좋았던 시절, 간호사 파독(派獨)의 기회를 잡아 일을 하며 음악공부도 했던 우리나라 성악가 가운데 매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중앙대, 연세대, 한예종 교수를 거쳐 7년전에는 아프리카 말라위로 가서 아프리카 어린아이들에게 ‘음악의 영혼’을 전달해주는 ‘뮤직 마마’의 역할을 하며 70대 후반의 멋진 삶을 살고 있다.

비목문화제는 초기에는 살풀이 춤과 시낭송 그리고 가곡과 위령제 등의 공연이었는데 요즘은 가곡 콩쿠르 중심으로 바뀌어 진행된다. 당시의 주요 레퍼토리는 모윤숙 시인의 ‘군인은 죽어서 말한다’ 그리고 미국 남북전쟁 당시 ‘어느 무명용사의 기도’ 등 이었는데 특히 한명희선생의 TBC입사 동기이자 절친이었던 명 아나운서 ‘황인용’ 선생의 시낭송은 많은 참여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초여름의 길목에서 멋진 ‘컨셉이 있는 여행’ 그리고 ‘멋진 드라이브 코스’를 소개하고 싶다. 강원도 화천의 평화의 댐에 다녀오는 여행인데 우선 춘천까지 가서 오른쪽 차창으로 보이는 푸르른 북한강을 따라 40분 정도 달리면 화천읍이 나온다. 다시 화천읍에서 460번 국도를 따라 30분 정도 가면 해발 약 1000m에 위치한 약 2km의 길이의 ‘해산터널’을 지나게 된다. 그 터널을 빠져 나오면 애국가 영상에 나오는 첩첩산중의 장엄한 산하(山河)가 나타나고, 거기서 20분 정도 가면 한국의 그랜드캐년 비수구미 계곡, 거기서 다시 10분 정도 가면 평화의 댐이 나타난다. 대한민국의 산하.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 그리고 차안에서 ‘비목’을 듣는다면 더욱 멋지리라.

이홍주프로필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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