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장마가 끝나고

기사입력 2020.08.17 11:06 조회수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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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지루했던 장마가 마침내 소멸했다.
이번 장마는 무려 54일 동안 지속했고 역대 최장 기간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장마 기간이 길어진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기상청 통보관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동시베리아 쪽의 불균질한 기온 상승으로 해당 지역에 공기덩어리가 생겨 공기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기의 흐름이 바뀌어 북극 쪽의 선선한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내려온 공기 때문에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한반도에 정체돼 장마가 길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빙하.jpg

 

여기서 동시베리아 쪽의 기온이 불균질하게 상승한 이유는 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정체되어 버티고 있으니 남태평양 고기압이 위로 올라가지 못한 채 애꿎은 비만 줄기차게 뿌려대고 말았다. 이러한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이라는 곳에서는 ‘#이_비의_이름은_장마가_아니라_기후위기입니다’라는 문구를 담은 이미지를 SNS 등 온라인에 올리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지겨운 장마의 원인도 환경의 파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면 끔찍한 장마의 피해 역시 인간의 욕심이 부른 인재(人災)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이창석 교수의 기고 기사인 <장마 피해는 훼손된 '국토 생태계의 민낯'>를 읽다 보면 정말 많은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산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한 빗물이 계곡을 거쳐 도심의 토양과 하수구를 지나 강으로 유입되어 바다로 흘러나가기까지 국토의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된 수많은 장애물을 지나야 하는 과정이 눈물겹다.
(http://m.ecomedia.co.kr/news/newsview.php?ncode=1065572829766212)

 

태양광 발전이나 4대강 사업이 이번 장마 피해와 어떤 연관성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전문가들의 명확한 검증을 통해 행정 기관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기를 촉구하고 싶다. 정치라는 영역이 권력 투쟁의 전쟁터가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 간 갈등을 풀어내는 예술이라는 전제하에 정치가들이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태도로 사태의 해결에 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아울러 골프장을 비롯한 각종 국토 레저 시설의 설립과 관리에 더욱 합리적인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가 아니라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행정을 이룩하길 바란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는 모두 열심히 일하고 편안하게 쉬면서 즐길 권리가 있음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어느 영화의 명대사처럼 혹시 내가 누리는 즐거움으로 인하여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는 자세가 더 멋진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주절주절 어찌 보면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를 지루한 장맛비처럼 늘어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민망함에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필자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문명(文明)이라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정말 지혜롭게 이뤄나가야 한다'라는 메시지이다. 걸어서 다니기에 불편했던 인간은 가축을 타고 이동하다가 바퀴가 달린 탈 것을 발명하고 기계를 이용하여 자동차까지 만들어 내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 엄연한 문명의 발전이라는 역사를 부정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자는 주장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만들면서 그저 빨리 가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가속기만 달아 놓고 브레이크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웃을 것이 틀림없다. 인간은 더욱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저 혼자만 잘 먹고 잘살기 위해 타인과 환경을 파괴하며 공멸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지닌 존재이다. 그것은 마치 온난전선과 한랭전선이 만나 장마를 만들어 비를 내리는 것과 같이 욕망과 이성이 서로 부딪히며 역사의 발전을 이뤄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장마가 그동안 질서를 이뤘던 공기가 만드는 힘의 균형이 무너지며 예기치 못했던 결과를 초래한 사실을 거울삼아, 우리도 혹시 어느 한 편으로 치우쳐 맹목적으로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기를 기대해 본다.
 

김광진프로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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