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전통가요, 성인가요? '뽕짝'이라 부르자!

기사입력 2020.10.22 17:19 조회수 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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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1.jpg

(사진:kbs 홈페이지)

하나 :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전 일제 강점기. 한일합방이 되고나서 10년정도 흐른 후. 일본의 유행가인 ‘엔카’가 한반도에 상륙한다. 서울 무교동 부근의 대형주점이나 무도장에는 엔카를 부르는 일본 여가수들의 노래가 끊임없이 들려왔고 잘나가는 조선 사람(?) 들에게 엔카를 한 곡 정도 일본어로 멋지게 부르는 것은 일본의 실력자들과의 사교를 위한 준비사항이기도 했다.

엔카는 동양적인 음계를 특징으로 했으며 당시 신민요와 더불어 주류(主流)의 대중음악으로 자리 잡는다. 1960년 전후 미국 대중음악이 주한미군을 통해 전파되기 시작하자 (신중현을 비롯한 많은 밴드가 있었음) 다소 수그러지기도 했으나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
바로 '미스터 트로트'를 비롯래 요즘 방송을 도배하고 있는 ‘뽕짝’ 또는 ‘트로트’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십여년 동안 아이돌 그룹이 부른 댄스뮤직에 식상한 반작용적인 측면도 많았다고 봐야한다.

둘 : ‘트로트’는 서양 댄스음악 장르 중 하나인 폭스 트로트(fox trot)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대부분의 트로트 노래는 ‘폭스 트로트’ 리듬과 거의 관련성이 없다.

누구는 말달리는 소리와 느낌을 4분의 4박자로 옮긴 리듬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전혀 근거가 없다. 그래서 오늘의 대중문화평론은 바로 ‘뽕짝’ 과 ‘트로트’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뽕짝은 송대관이 부른 ‘네박자’ 란 노래처럼 ‘꿍짜작 꿍짝~~’의 리듬이 반복되면서 ‘뽕짜작 뽕짝~’ 처럼 들린다고 해서 불려졌고 일종의 의성어(擬聲語)에 가깝다.

셋 : 먼저 엔카에 대해 알아보면 한자어로 연가(演歌)이다.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일본 대중음악인데 일본의 전통민요인 창가(唱歌)가 서양음악과 결합되어 나타난 새로운 양식이었다.

그 음악들의 대표적인 노래를 국내음악에서 찾는다면 ‘목포의 눈물’ ‘동백 아가씨’등을 들 수 있는데 그 출발점은 바로 서양악기인 기타를 통해 대부분의 반주가 유사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목포의 눈물’ 전주에서 들려오는 띵끼딩 딩딩~디리리리 띵띵~뽕짜작 뽕짝~~기타소리가 연상될 것이다.

넷 : 이 음악들의 장르에 대해서 특별한 호칭이 있지는 않았다. 1960년대 중반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왜색(倭色)가요라는 이유로 방송금지 시켰는데 (당시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하자 정치적인 해법으로 왜색가요를 금지곡으로 지정했음. 故 박정희대통령이 생전에 이 노래를 가장 즐겨 불렀다고 함), 그때 격이 낮고 속된 언어... ‘비속어(卑俗語)스런 뽕짝’이라는 말도 사용을 자제하면서 ‘유행가’라는 통칭의 명사를 쓰게 된다. 이 단어들이 혼용되다가 80년대 중반이후 KBS 가요무대를 중심으로 ‘전통가요’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하는데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한편으로 ‘성인가요’라고 부르자는 주장도 있었다.

다섯 : ‘뽕짝’은 우리나라에서도 변화를 겪게 되는데 바로 1940년 전후로 시작된 태 평양전쟁의 참전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감격시대’ ‘무너진 사랑탑’ ‘럭키서울’ 등 빠른 행진곡풍의 노래들의 주류의 음악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다시 예전의 리듬으로 복귀하는데 ‘단장의 미아리 고개’ ‘가거라 삼팔선’ ‘꿈에 본 내고향’ 등 고향 이별 아픔 등을 주제로 한 감성적인 노래들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여섯 : 이후 60년대에는 이미자, 조미미, 배 호 등과 70년을 전후해서는 남진 나훈아, 70년대 중후반에는 하춘화, 최헌, 윤수일 80년대 초반에는 조용필, 김수희 80년대 중반부터는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최진희, 심수봉, 주현미 등등.

뽕짝가수들이 큰 인기를 얻으며 발전하게 된다. ‘뽕짝’은 익숙한 멜로디와 편안히 따라부르기 쉬운 스타일로 더욱 더 발전되는데 고학력 그리고 대도시의 젊은층 보다는 유행에 덜 민감한 지방이나 중장년의 사랑을 많이 받게 되었다. 그러한 결과를 대변하는 것이 속칭 ‘쌍쌍파티’로 대표되는 ‘뽕짝 메들리’의 탄생이었다.

일곱 : 21세기에 들어서자 ‘뽕짝’에 대해 새로운 경향들이 나타났는데 그 대표적인 가수는 장윤정(어머나)과 박상철(무조건) 그리고 박현빈(곤드레 만드레)이었다. 가사 가 저급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비극적이지 않고 신나고 화려했으며 과거의 리듬에서 탈피하기 시작한다. 후리고 꺽고 ~ 하는 창법의 노래지만 일반의 대중음악과 별 차이가 없어졌기에 요즘에 ‘뽕짝’은 ‘올드 패션’의 노래장르를 설명하는 단어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

여덟 : 뽕짝에 대해서는 양면의 평가가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방송사를 비롯한 신문의 문화면을 중심으로 트로트의 일본색에 대해 논쟁한 이른바 ‘뽕짝 논쟁’이 일어났는데 트로트의 뿌리는 엔카이고 지나치게 퇴폐적이고 건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었다.

한마디로 일본스럽다는 이유였는데 공교롭게도 시기적으로 80년대 초중반, 그동안 역사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발설하기 곤란했던 친일행적자들의 면면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 이유도 이 논쟁을 거들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젋은 세대들에게는 신파적인 소재가 비판이 되기도 했으며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련된 조용필류 대중가요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아홉 : 한편, 뽕짝을 우리 역사와 우리 문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인데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대중들은 이 노래들을 따라 불렀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은 음악인 또한 문학인이나 미술인 그리고 종교인과 마찬 가지로 친일(親日)행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는데 이 또한 우리나라 역사의 일부가 아닌가 싶다. 사랑, 고향, 부모, 가족, 전쟁, 슬픔, 기쁨, 만남, 이별, 눈물 등 우리네들의 삶이 노래 속에 분명 담겨있었다. 그리고 음악장르를 나누기 매우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송장식의 왜불러’ ‘송대관의 해뜰날’ ‘조용필의 그겨울의 찻집’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같은 노래를 뽕짝으로 분류할 수 있느냐의 논쟁이다.

실제로 불가능한 구분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대중가요를 비롯하여 예술가곡 그리고 역사가 오래된 중고등학교의 교가들이 일본 작품을 표절한 수많은 사례들은 한편으로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열 : 뽕짝이냐 트로트냐의 문제가 OX문제는 아니지만 한 가지를 고르라면 뽕짝을 골라야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논리는 과연 트로트라는 표현이 왈츠, 블루스, 탱고, 맘보, 고고, 보사노바, 차차차, 디스코, 펑키 처럼 하나의 리듬으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요한 팩트는 ‘트로트’란 단어 자체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비속어로 사용을 자제하자는 여러 의견이 있었으나 ‘뽕짝’이 순우리말이고 가장 순수하고 솔직한 표현이기 때문에 한 번 더 강조해서 이 주장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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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열하나 : 과연 남북의 대중가요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북한에는 뽕짝 리듬의 노래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북한에는 엔카 리듬과 유사한 노래, 즉 뽕짝 리듬의 노래는 없다. 예전에 필자가 MBC예술단 단장으로 북한 평양예술단과의 남북예술 합동공연을 할 당시 남북의 가수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로 ‘김정구 선생의 눈물젖은 두만강’을 제안 했는데 평양예술단 단장이 이 노래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 이유는 해방후 엔카풍 의 노래들을 모두 금지시켰고 또한 태평양전쟁 참전(參戰)을 독려하는 공연에 참가해서 노래를 불렀던 모든 대중가수들에게 활동금지 명령을 내렸기에 ‘눈물젖은 두만강’은 북한에서 잊혀진 노래가 되었다. 물론 북한 체제가 갖고 있는 폐쇄성이 다양한 인간정서의 표현에는 장애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열둘 : 트로트나 뽕짝이 일본 문화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그 형식안에 우리의 것을 담으면 우리의 것이 된다는 그런 생각을 이젠 좀 더 많이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출처가 불분명한 ‘트로트’란 외래어 대신에 순우리말로 정겨움도 더해 지는 ‘뽕짝’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이젠 일본에서 전파된 엔카류의 뽕짝보다 K-pop의 위력이 전 세계적으로 더 대단하고 근사하지 않은가. 끝으로 노래방에서 당신의 18번은?

열셋 :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유산인 일본 전통공연 예술 가부키 (歌舞技). 일본의 어느 가문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가부키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 18개를 선정했고 그 중에서도 18번째 작품이 가장 인기가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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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18번째 작품에는 최고 수준의 가창력과 춤사위와 기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모든 것을 통달하거나 뛰어난 사람에게 18번이란 번호를 부여한다.

특히 야구에서도 그런 현상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보통 에이스급 투수가 등번호 1번을 다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의 경우는 18번을 등번호로 부여하는 전통이 있다. 마쓰자카, 이라부, 다르빗슈 등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투수 대부분도 등번호가 18번이었다. 이왕이면 ‘18번’ 대신에 '애창곡'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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