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주의 맛있는 문화 기행> 영화제목 번역의 불편한 진실

기사입력 2020.12.12 12:59 조회수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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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울렸다가 때로는 웃기기도 했다가 어쩌다가는 ‘The End’의 자막이 뜬 다음 가슴 뭉클한 감동도 전해 주는 수많은 영화들. 그리고 ‘이 남자가 내 남편이었으면’ ‘이 여자와 진하게 키스 한번 해봤으면’ 등등의 착각과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이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다는 배우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주는 영화들. 오늘은 바로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그 영화중에서도 해외영화, 그 해외영화 중에서도 바로 영화 제목에 관한 이런저런 뒷얘기를 모아봤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외국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므로 외국 영화들은 ‘번역’된 자막이나 더빙을 거쳐 영화관의 스크린과 그리고 텔레비전 수상기로 관객들과 만난다. 번역? ‘영화 제목’을 번역함에 있어 지금까지 수많은 오류들이 발생해왔다. 최근에는 거의 영어 원제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안 그랬다. 번역의 오류도 있겠지만, 의도적이고 심지어는 고의적인 마케팅 방법일 수도 있겠고, 또한 직역하기 힘들 수도 있었겠고 그리고 의역이 오히려 더 멋질 수도 있다.
 
두음절의 한자어 제목. 1940년 작. ‘비비안 리’와 ‘로버트 테일러’ 주연. 전쟁통에 프랑스 전선으로 떠나기 위해 런던 워털루역으로 가는 대령 ‘로버트 테일러’는 발레리나 ‘비비안 리’와 우연히 만난다. 운명의 장난처럼 두 사람은 사랑하고 결혼을 약속하고 그리고 헤어진다. 결국은 비극으로 끝나는 얘기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애수(哀愁)’가 더 친근하다. 국어사전에는 ‘마음 속 깊이 스며드는 슬픔이나 시름’ 이라고 풀이되어 있는데 오리지널 제목은 ‘Waterloo bridge’. 사랑하는 남자는 전쟁터로 갔고,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인생을 자포자기하며 거리의 여자로 살아갔으나, 전사소식은 오보였고, 서로 결혼하려 했으나 이미 몸은 더렵혀졌고... 그래서 비오는 밤, 워털루 다리에서 눈물을 머금고 반대편에서 오는 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그런 얘기. 바로 영화 제목이 그 다리 이름 ‘Waterloo bridge’였다.
 
두 음절 한자어 제목의 비슷한 사례. ‘윌리엄 홀든’과 ‘제니퍼 존스’주연의 ‘Love is many splendored thing’ 이 영화의 제목은 ‘모정(慕情)... 그리워하는 심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랑이란 근사한 겁니다. 사랑이란 4월의 장미랍니다. 이른 봄에 피어나지요. 사랑이란 주는 것이 자연스런 것이지요.” ‘윌리엄 홀든’이 한국전 종군 기자로 갔다가 이내 사망하고 ‘제니퍼 존스’가 둘이서 함께 데이트를 했던 언덕으로 올라가 엉엉 울었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두 영화의 제목을 두고 ‘번역의 오류’ 라고 하지는 않는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 는 완전히 잘못된 번역이고 '노스웨스트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가라'라고 해야지 맞는 번역이다. 뉴욕에서 광고업에 종사하는 ‘손 힐’이 살인자로 누명을 쓰게 되고 이내는 납치범에게 쫒기어 미국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007시리즈 같은 스파이 역할까지 하는데 영화속에 어디에도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라는 대사나 설정은 안 나온다.
 
<열두 명의 웬수들>이라는 제목으로 개봉 된 이 영화의 원제목을 보면 과연 의역의 시작과 끝이 어딘지 찾기 힘든데 'Cheaper by the dozen.' ‘다스(12)로 사면 더 싸다.’ 그런 뜻이다. 왜 하필이면 12라는 숫자가 나왔을까?
 
<포스트 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Postman always rings twice'. 그런데 ‘포스트 맨’을 우편배달부라고 하면 큰일 난다. Postman은 건달 또는 호색한, 사기꾼의 의미를 갖고 있고 여자를 잘 건드리는 남자를 칭하는 비속어로 남성의 거기를 ‘POST’처럼 잘 세운다는 뜻을 포함한다. 처음엔 ‘우편배달부’로 번역했다가 곧 수정했다.
 
무시무시한 영화 <사탄의 인형>. 그런데 원제목은 'Child play' 제목의 비약이 아주 컸는데 ‘아이들 놀이’ 또는 ‘어린이용 장난감’이라고 안했길 다행이다. <장미침대> 'Rose bed' 는 결정적 오류인데 '장미침대'가 아니라 '장미화단'이다. 제목을 조금 선정적으로 붙이는 경향이 있었고 제목이 야하면 관객들이 뭔가 야릇한 생각을 갖고 몇명 더 오겠지? 라고 생각한 영화배급업자들의 무지한 장난이기도 하다.
 
서부극의 대명사 <석양의 무법자>. 당시엔 ‘무법자’ 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으며 <황야의 무법자>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었다. 원래제목은 'The good , the bad , the ugly.'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병헌 송강호 정우성이 나온 영화 제목이었다. ‘좋은 놈, 나쁜 놈, 못난 놈’. 무지무지 잘못된 번역 ‘Austin Power’ <오스틴의 힘> Austin은 이름이고 Power 는 성인데 참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영화평론가들이 한마디 거들어서 그제야 제목이 수정되었다.
 
그리고 미묘한 차이지만 '마릴린 몬로' 가 나온 <돌아오지 않는 강> 'River of no return' 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이 맞다. 만약 대학입시 수능 영어시험에 이 문제가 나왔다면 그래서 정답을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고 했다면 정말 큰 일 났을 것이다. 강이 스스로 오고 가고를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멋진 의역 'mean girls' 직역하면 못된 소녀들. 그런데 <퀸카로 살아남는 법>. 정말 잘 의역한 것 같다. 그리고 ‘엘 우즈(리즈 위더스푼 분)’가 매력적인 하버드 법대 장학생으로 나오는 <금발이 너무해>는 의역인데, 원제목은  'Legally bronde' 직역 하면 똑똑한 금발미녀. <007 살인번호> 원래제목은 007 dr.no. 초기에는 번역을 잘못해 '의사번호'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설상가상 부제로 '우리는 의사를 원치 않는다'.

<카쓰므> 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아프리카에서의 식민지 전투를 다룬 영화로서 '찰턴 헤스턴'과 '로랜스 올리비에' 가 주인공을 맡은 대작중의 대작이었다. 그런데 아프리카 수단의 도시 'Khartoum' '카르튬'을  일본식 발음으로 해서 ‘카쓰므’ 라고 불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제목을 그냥 썼다고 한다. 일본을 거쳐 국내에 수입 된 영화들의 현주소 였다. 그땐 그래도 됐던 시절이었나 보다.
 
'아랑 드롱' 주연의 <호메스>. 원래 제목은 '트루아 옴므 아 아바르트' '제거해야 할 세남자' 그런데 'hommes'를 영어식으로 호메스. 그걸 제목으로 바로 썼다. 대박 코미디. 아마도 그 영화 배급사 부근에는 불어 전공자가 한명도 없었던 것 같다.
 
끝으로 주말의 명화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명화. '폴 뉴만'과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명배우가 주연한 이 영화의 원제목은 ‘Butch cassidy and  Sundance kid '. 직역하면 ’도살업자 캐시디와 태양의 땅꼬마'를 <내일을 항해 쏴라>라고 옮겼다. 정말 멋진 제목이라고 생각된다.

분명 직역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며 멋진 의역도 참으로 많다. 영화 제목이 갖고 있는 기능중의 하나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영화에 관심을 갖게하고 또 빠져들게 해야 하기에 당연히 상징성있는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최소한의 번역가적 양심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뒤늦은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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