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감독 미개봉 유작 ‘죽어도 좋은 경험’, 4K 리마스터링 영화로 재탄생

기사입력 2021.07.29 07:31 조회수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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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 귀한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대가 故 김기영(金綺泳, 1919년 10월 10일 ~ 1998년 2월 5일)감독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유작, ‘죽어도 좋은 경험’이다.


김감독은 심리적이고 멜로드라마적인 공포 영화로 유명한데 여주인공들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묘사에 능하다. 그의 이런 스타일이 처음으로 온전히 표현된 작품은 1960년 영화인 ‘하녀’로 강렬한 팜므파탈을 제시하며 한국영화의 전시대를 통틀어 최고로 손꼽힐 정도로 높게 평가된다.

‘죽어도 좋은 경험:천사여 악녀가 되라’는 지금까지 선보인적 없는 미개봉 유작인데 사랑과 증오심을 시작으로 손잡게 된 두 여자의 핏빛 복수를 그린 영화이다. 31년 만에 개봉을 확정한 가운데 김감독과 오스카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윤여정 배우와 세 번째 같이한 작품으로 한층 더 깊어진 호흡을 선보인다.

김감독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잊혀져 갔으나 1990년대 초반 한국영화 인터넷 포럼에서 컬트적인 존재로 다시 인식되기 시작했고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의 회고전에 즈음해 다시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김기영.jpg
(사진:한국영상자료원)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김감독의 영화가 다시 상영되면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열광적인 관객들의 반응을 받으면서 김감독은 재기를 준비하다 안타깝게도 1998년 자택 화재로 부인과 함께 사망했다.

시대를 앞서간 감독, 파격적 서사 연출, 캐릭터 간의 치밀한 심리 묘사로 정평난 김 감독의 대표작들은 한국 영화 100년사에서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하녀’부터 이번에 개봉된 두 여인의 집착과 광기를 강렬하게 그려낸 ‘죽어도 좋은 경험’까지 독보적이고 특유한 연출은 가히 충격이다.

이번에 개봉한 ‘죽어도 좋은 경험’은 몇 가지 의미에서 대한민국 영화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1990년에 제작된 구 필름을 가지고 요즘 시기에 맞는 4K 디지털 리마스터링거쳐 새로운 영화로 복원했다는 점이다. 90년대 당시 상영관 환경에 맞추게 제작되었지만 현시대에 맞는 화질 또는 음질로 보정 또는 다시 작업해 재구성하는 작업을 했다는 점이다.

영상기술특화회사, (주)프리즘웍스에서 2020년 초부터 약 1년 반의 작업 기간을 거쳐 4K 리마스터링(digital remastering)을 통해 아날로그 형식이었던 마스터(원본)를 디지털의 포맷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마스터를 만들었다. 이 과정을 통해 아날로그 콘텐츠가 가지는 화질이나 음질상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더 나은 품질의 콘텐츠로 재생산해 냈다. 리마스터링은 프로듀싱 과정부터 다시 시작하는 리메이크와는 달리 기존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해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품질의 향상만 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의미는 국내 영화 최초로 엔에프팅(NFTing, https://nfting.co.kr)을 통해 NFT 판매를 한다는 점이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으로 콘텐츠의 소유권을 블록체인 상의 토큰으로 변환한 뒤 위•변조가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어 온라인에서 나만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자산화 하는 NFT는 미술, 음악 시장은 물론 영화분야까지 확대되어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중이다.

한편 30년이 지난 개봉한 영화에서는 생소한 1990년대 서울 풍경, 조형물이 올라가지 않은 미완성의 올림픽대교부터 허허벌판 강남에 세워진 아파트, 구형 자동차의 모습 등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배우들의 목소리가 더빙된 점, 씬의 은유적인 연출 등도 30년 전 영화 제작 현장의 느낌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김감독 영화의 정수를, 그리고 오스카 상 수상 윤여정 배우의 지금과는 다른 색다른 연기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관람해 볼만한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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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최여정여사(윤여정 역)와 이명자여사(이탐미 역)는 운전학원에서 우연히 서로를 알게 되고 가까워지게 된다. 이명자는 남편의 정부 길녀(조주미 역)에게 본처자리를 빼앗기고 남편과 시부모에게 도둑 누명까지 쓰고 쫓겨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길녀는 이명자를 차로 치려고 하는 등 이명자가 다시 남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위협한다. 이명자는 길녀를 죽여달라고 최여정에 부탁한다. 이에 분개한 최여정은 이명자의 억울함을 벗겨주기 위해 길녀와 어린 자식까지 완전 범죄로 죽게 만든다.

한편 최여정은 자신의 남편 동식(현길수 역)이 자동차 사고로 아이를 잃게 한 것에 원한을 가지고 있다. 최여정은 동식에 대한 복수로 방탕한 성생활을 하고 동식은 부인을 미행하면서 최여정의 성관계 상대들을 다시 접근하지 못하도록 혼을 낸다. 최여정은 이명자에게 동식을 죽여달라고 요구하나 마음이 약한 이명자는 거절한다. 하지만 최여정에게 은혜를 입은 처지라 그 댓가로 최여정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최여정은 이명자에게 자신의 남편인 동식의 애를 낳아 달라고 하고 남편을 독주를 마시게 해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남편 동식은 자신을 죽이려는 모든 상황을 알면서도 최여정에 대한 사랑으로 죽음의 길을 받아들인다. 이명자와 최여정은 살인과 살인교사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나 동식이 남긴 유서가 발견됨으로써 풀려난다. 최여정은 자신을 향한 동식의 마음에 마음 아파하고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명자는 동식의 아이를 낳게되고 전 남편은 이명자와 아이와 함께 재결합한다.
4K 리마스터림 제작 (주)프리즘웍스 정 진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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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스터링은 하게 된 계기?
- 나는 이 영화를 코로나가 막 시작하던 2020년 1월말에 디지베타 테이프에 담긴 상태로 처음 접했다. 고등학교 선배 아버님이 김기영 감독님이셨는데 그 선배가 디지베타 테이프를 가지고 왔다. 김기영 감독님의 기일(2월초)에 맞추어 가족들과 함께 모여서 보고 싶다고 파일로 바꾸어 줄 수 있냐고 했다. 그때 이 영화를 처음 보았는데 올림픽 대교와 대교를 지날 때 나는 소리를 장면전환 컷으로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당시는 텔레시네 작업으로 4:3 배율로 만들어진 영상이어서 그런지 좌우로 많이 잘려져 나간 영상이었다. 영화를 보니 몰입감이 있고 좋았다. 그래서 그 영화를 필름으로부터 제대로 복원하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선배와 복원계약을 한 것은 11월말이었다. 처음 영화를 본지 10개월만이었다. 영상자료원에서 오리지널 네가 필름을 반출하여 기록문화보관소㈜에서 4K로 스캔을 마치고 복원작업을 시작한 것이 2020년 12월초였다.

1990년대 필름 치고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먼지(더스트)가 특히 많았고 곰팡이와 스크레치도 군데 군데 있었다. 카메라 성능과 충분한 조명을 쓰지 못했는지 영상에 그레인이 가득 껴 있었다. 더스트와 스크레치, 곰팡이 제거는 시간만 투자하면 가능했는데 보는데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그레인 제거가 어려웠다. 또한 화면이 많이 흔들려서 스테이블라이징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동안 임권택 감독의 황야의 독수리(1969년), 변장호 감독의 안개속에 가버린 사랑(1968년) 등 25편 정도 작품을 복원하였는데 죽어도 좋은 경험(1990년)은 비교적 최근 작품인데도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영화규격은 1.85;1이어서 UHD 규격에 잘 맞았다. 영화복원에서 오디오 복원도 매우 중요한데 노이즈가 심하면 관람이 어렵게 된다. 오디오에 묻은 노이즈들을 섬세하게 지우고 지웠다. 다행히 오디오 손상이 적어서 오디오 복원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1차 복원을 한 후에 본격적인 색 보정 작업에 들어갔다. 오리지널 네가 필름이어서 촬영본이 편집된 것이다 보니 색 톤이 제 각각이었다. 이전 디지베타테이프에 있는 색 톤을 베이스로 색 보정을 하였다. 하지만 디지베타테이프의 색은 SD영상이어서 색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표현에 한계가 있었기 떼문에 UHD급의 풍성한 색표현을 입히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언제 쯤 완성되었나?
UHD급 10비트 칼러로 세밀하게 색보 정을 마치고 나니 1차 완성본이 예쁘게 나왔다. 이 때가 2월초였다. 이때 처음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였는데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감과 완성도가 높았다. 김기영 감독님의 작품은 반전에 반전이 지속되어 뻔한 예측을 불허하는 점이 큰 특징인 것 같다.

이렇게 4K로 리마스터링을 하고 나서 영화를 보면 화질과 컬러가 살아나서 생동감있는 영상으로 바뀐다. 이때 영상의 컬러와 화질은 당시에 제작한 감독조차도 본적이 없는 수준으로 바뀌어 있다. 리마트터링에 참여한 작업자들이 지난했던 과정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 무렵이 2월 중순이었는데 윤여정씨가 출연한 영화 ‘미나리’가 뉴스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윤여정씨가 출연하는 이 영화의 개봉에도 도움이 될 좋은 소식이었다.
작업이 늦어진 이유는?
1차 완성본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모니터링을 하며 영상을 수정하였다. 또한 가까운 영화인들 대상으로 시사를 하며 의견을 들었다. 특히 색톤에 대해서는 감독들의 의견을 듣다보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그렇게 최종본이 나온 것이 4월 말이었다. 사무실도 이사하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완성되었다고 자신할 무렵에 윤여정씨가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두 달 정도 여러 배급사를 접촉했으나 리마스터링된 영화를 보지도 않고 배급에 난색을 표하곤 하였다. 그런데 이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배급사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블루필름웍스(주)와 배급계약을 하게 되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윤여정씨로 인해 이 작품에 관심이 높아가는 것에 감사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영화계의 거장이었던 김기영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고 개봉하지 못했던 유작이라는 점에서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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