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역사를 보여주는 숨어있던 길, 우이령(牛耳嶺)

기사입력 2021.08.16 07:23 조회수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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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령2.jpg우이령(牛耳嶺). 서울특별시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를 이어주는 지름길이 다. 이 길을 이용하지 않으면 서울에서 양주까지 가려면 의정부로 빙 둘러 돌아가야 하는 먼 길이다. 이런 불편이 수십년 간 계속되다 지난 2009년 7월에 재 개통되었다. 차량 통행은 안되고 도보로만 가능하다.

 

환갑이 지난 세대는 기억하는, 1968년 발생한 1•21 사태(일명 김신조사건, 김신조는 후에 목사가 되었다)때문에 우이령길이 막힌 것이다.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 124군부대 무장공지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기 위해 1968년 1월 21일 서울까지 침투한다. 1월 17일 밤 휴전선을 넘은 무장공비들은 불과 나흘 만에 우리 경계망을 뚫고 21일 밤 9시 30분경에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 앞 500미터까지 진출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창의문 근처에서 경찰의 불심검문(不審檢問)에 불응하자 경찰과 총격전이 벌어진다.
 
발각된 무장공비 31명은 놀라 뿔뿔이 흩어져 도주했고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비상경계태세가 내려져 군경합동 소탕작전으로 29명 사살, 북으로 도주 1명, 1명이 생포된다. 생포된 1명이 김신조이다. 이 사태로 우리 민간인 포함 30명이 사망하고 52명이 부상을 당했다.
 
우이령길은 이 사태로 무려 41년 간 통행이 금지되었으며 인왕산과 북악산, 청와대 앞길도 통행이 금지되었다. 또한 이후 향토예비군, 육군3사관학교, 전투경찰대가 창설되었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는 교련 교육이라는 군사교육이 새로 생겨났다.
 
우이령길은 수 천 년 동안 북한산과 도봉산의 경계로 옛날부터 서울 우이동과 경기도 양주 교현리를 가장 단 거리로 연결하는 오솔길이었다. 한국전쟁 이전에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와 서울의 우이동 일대를 연결하는 소로였다. 그러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공병부대가 작전도로로 개설하면서 차량통행이 가능한 길이 되었다가 1•21 사태로 1969년부터는 군부대와 전투경찰대가 주둔하면서 민간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되었다.
 
우이령 길과 연결되는 교현리는 원래 다리고개, 달고개, 달현이라고 불렀다. 해방 이후 이 마을의 땔감장수들이 나무로 만든 징검다리를 놓고 서울로 왕래를 했다고 하는데 이 지역을 다리고개라 불렀고 나중에 교현리로 바뀐다. 선조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도 이 길을 통해 서울로 오고 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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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우이령길이 있다. 대동여지도에는 ‘우이령길’이라는 표시는 없지만 현재와 같은 위치에 길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 이전부터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우이령길이 오랫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속살을 2009년 공개한 것이다. 양주시 장흥면에서 서울 우이동 구간으로 이어지는 6.8km 비포장길로 때 묻지 않은 빼어난 비경을 숨기고 있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언택트 시대에 혼자 또는 친한 몇몇 사람과 걷기에 좋은 길이 우이령길이다. 북한산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숲 속 산책길, 소 귀를 닮았다는 우이암을 지난다 해서 우이령길. 북한산 둘레길 구간의 21번째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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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北漢山)은 우리나라의 15번째 국립공원으로 도심 속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다. 단위면적 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인데 수많은 능선과 계곡이 펼쳐져 있어 1년 내내 500만 명 이상이 찾는다.
 
아담한 오솔길부터 실개천이 흐르는 호젓한 등산로, 험한 암벽 코스까지 다양한 산행 코스가 흥미롭다. 이런 훌륭한 북한산국립공원에 정상을 가는 등산객뿐만 아니라 정상을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해 둘레길이 마련되어 있다. 일명 북한산 둘레길. 지도에 보듯 북한산과 도봉산의 힘든 정상을 피해 외곽길인 둘레길은 전체 71.8km로 2010년 9월 7일 45.7km를 1차로 개통하고 2011년 6월 30일 나머지 26.1km구간을 2차로 개통해 21개 구간 구성되어 북한산과 도봉산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우이령길은 서울 우이동을 들머리로 해도 되고 경기도 양주 교현리에서 들머리로 해도 된다. 어디서 시작해도 되지만 사전에 북한산국립공원 사이트에 들어가 예약을 해야만 걸을 수 있다. 인터넷예약 http://reservation.knps.or.kr → 탐방 예약제 → 예약하기 → 우이령탐방전화예약(65세이상, 장애인, 외국인만 가능)교현탐방지원센터 : 031-855-6559 / 우이탐방지원센터 : 02-998-8365 예약 후 신분증 지참을 해야 출입할 수 있다. 생태 보전을 위해 하루 탐방객 수를 1000명(교현탐방로 500명, 우이탐방로 500명)으로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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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번외 코스인 천년고찰 석굴암을 둘러보고 다시 내려와 저수지 앞 유격장을 지나 오봉 전망대를 거쳐 우이동탐방지원센터까지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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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령길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아 우거진 숲과 계곡이 청량감과 정화의 느낌을 보석처럼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와 손잡고 걸어도 좋을 만큼 편한 길이라는 점과 화강암이 풍화되어 생긴 흙(마사토) 길이 있어 편하게 맨발로 걷을 수도 있는 등 매력적인 길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 평화로운 길에 전쟁의 아픔도 보여주는 잔해가 남아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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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현탐방센터에서 예약 확인을 거친 후 조용한 숲길을 음미하며 20여분 남짓을 걷다보면 우측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우이령길 최고 뷰인 오봉의 한두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계속 기분좋은 숲길을 걸으면 석굴암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이 유격 훈련장임을 알 수 있는 표지석과 앞에 작은 저수지가 있어 휴식을 취하기 좋다. 이 갈래길에서 왼편으로 길을 틀어 오봉산 석굴암으로 방향을 잡는다. 석굴암방향은 지금까지의 길과는 다른 포장된 오르막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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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일주문을 통과해 올라가면 도량 초입에는 티벳 불교사원에서나 볼 수 있는 마니차(摩尼車)인 윤장대(輪藏臺)가 특이하게 자리잡고 있다. 윤장대 안에는 경전과 다라니를 봉안해 놓았는데 이를 돌리면 경전을 읽는 공덕과 같고 지은 업을 소멸시킨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오봉의 서남쪽에 있는 관음봉(觀音峰) 큰 바위아래 동굴에 자리잡은 석굴암은 도봉산과 삼각산이 모여서 산세가 크고 뛰어나며 물 또한 맑고 골이 깊어 더없이 좋은 사찰이다. 석굴암은 중부 제일의 나한기도 도량의 하나로 그 영험이 뛰어나기로 이름이 높다. 석굴암에서 바라다 보는 맞은편 북한산 상장봉은 또 하나의 장관이다. 우이령길 구간은 아니지만 힘들더라도 넉넉잡고 1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으니 꼭 가 볼만한 곳이다.
 
석굴암을 돌아 우이령길로 내려와 다시 걸음을 옮긴다. 오르막을 올라 조금 걸으면 우이령길의 하일라이트, 오봉 모두가 온전히 보이는 오봉 전망대 데크이다. 으뜸 포토존으로 여기서는 누구나가 꼭 인증 샷을 하고 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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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 조망대에는 오봉의 유래 안내문이 있는데 한 마을에 사는 다섯 총각들이 원님의 어여쁜 외동딸에게 장가 들기 위해 북한산 상장능선(오봉과 마주한 건너편 능선)의 바위를 오봉에 던져 올리기 시합을 해 현재의 기묘한 모습의 봉우리가 되었다는 전설이 쓰여있다.
 
전망대에서 정상인 소귀고개(우이령)로 올라가면서 바로 아래에 있는 안전쉼터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다시 편하게 걷다보면 어느새 우이령(소귀고개)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거대한 돌덩어리가 좌우로 높이 쌓여 위화감을 주는데 대전차장애물이다. 철거해도 될 것 같은데 분단국가의 아픈 현실을 상기시켜 주듯 남아 분단의 역사를 증명하는 듯하다. 이 대전차 장애물 뒤로는 작전도로 개통 기념비가 서 있는데 한국전쟁 이후 군사목적의 도로로 개통했다는 내용이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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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사적 기념물과 함께 우이령길의 또 다른 매력은 운이 좋으면 오색딱따구리가 나무를 쪼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색딱따구리는 북한산 국립공원의 깃대종(깃대종이란 특정지역의 생태, 지리,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 식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는 종)으로 즐거운 광경과 마주할 수도 있다.
 
또 우이령길의 전망대 앞에 있는 우이령 사방사업(황폐지를 복구하거나 산지의 붕괴위험이 있는 곳을 방지 예방하기 위해 나무와 같은 식물을 심고 공작물을 설치하는 사업) 기념비라는 비석을 볼 수 있는데 과거 우이령길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1966년부터 약 1년간(17 개월) 공사가 진행되었다. 기념비에는 공사의 위치, 기간, 소요 예산, 소요 인원, 시공개요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사방사업으로 인공림과 자연림이 섞여 현재의 울창한 숲길이 가꾸어져 있다.
 
우이령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면 북한산둘레길 스탬프투어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찍으며 마무리를 한다. 길이 너무 편해 아쉬움을 달래려 왔던 길을 다시 돌아 가는 사람도 보인다. 그것도 좋겠다. 혹시 올 때 못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볼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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