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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소똥령. 강원도 진부령 46번 도로에 내려 2시간의 숲길을 걷는데 걷는 내내 10여명 사람도 체 못봤다. 그 만큼 사람 손이 많이 닿지 않아 청정하게 잘 보존된 곳이라는 의미이다.
소똥령이라는 정겹고 재미있는 이름은 장으로 팔려가던 소들이 고개 정상 주막 앞에 똥을 많이 누면서 산이 소똥 모양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동쪽의 작은 고개 소동령(小東嶺)이 자연스럽게 소똥령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편하게 믿고 싶은 이야기 쪽을 믿자. ㅎ
지난 2003년 고성군 장신2리 마을 주민들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이 길을 만든 이래로 숲길 내 안전시설물이 노후화 되거나 파손돼 국유림 내 등산로가 폐쇄되었다가 고성군이 다시 3.44㎞의 소똥령 숲길 전 구간(현재는 4.5km, 약 2시간 소요)에 대한 정비사업을 하고 다시 길을 개방하기도 했다.
소똥령 숲길은 들머리를 46번 국도변 소똥령 등산로 입구 표지판에서 시작해 소똥령마을을 날머날머 잡는 것이 좋다. 일부 사람들은 소똥령마을까지 차를가지고 가서 칡소폭포까지만 돌아보고 오는 짧은 코스를 다녀오기도 한다. 소똥령숲길을 가려면 해발 529m인 진부령을 지나며 구불구불한 내리막 경사길 국도변에서 내려야 한다.
정상에서 고성방면으로 내려가다 보면 해발 220m 정도부근에 소똥령술길 입구라는 안내판앞에서 시작하면 된다.길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우거진 숲을 만나게 되고 한꺼번에 20명 이상은 건너지 말라는 소똥령 하늘다리와 만나게 된다. 현수교형태로 좌우 흘들림이 꽤 되어 한꺼번에 대량인원이 건너면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다리는 사진촬영의 포인트로 모두 한 컷씩 담느라 지체가 되기도 한다.
하늘다리 아래로는 깨끗한 개울이 가로 지르는데 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다리를 건너서 완만한 경사의 숲길 옆으로 계곡물이 시원하게 흘러 오늘 길이 평탄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 어렵지 않은 완만한 경사도의 오르만 길, 울창한 숲이 이 길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게 해준다. 편안한 숲길에 취해 얼마걷지 않아 첫 목적지인 소똥봉우리를 지난다.
물론 이 작은 더미, 봉우리가 소똥이 아닌 흙 무더기이다.
봉우리를 지나 이어진 오르막 길을 약 500여미터 오르면 소똥령 제1봉이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비로소 하늘을 볼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열어준다. 이 공터에서 잠시 첫 휴식을 취한다. 짧은 휴식 후 내리막 길로 잠시 내려가다 다시 오르막 길올 100여미터 가니 소나무가 우거진 소똥령 제2봉에 금방 도착한다. '소똥령 제2봉'을 떠나 또 다시 짧은 내리막 길에 연이어 오르막 길을 오른다.
해발고도가 제1봉과 같은 360m 인 소똥령 제3봉이다. 이곳에는 나무 벤치도 마련되어 있다.
소똥령 제3봉은 앞서 지나온 1봉이나 2봉에 비해 조망이 뛰어난 지점이다. 멋진 자태의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북쪽 하늘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 소똥령 제3봉을 떠나 이어지는 북향한 숲길은 걷기 편한 아늑한 길이다. 한동안 굴참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굴참나무 군락지를 지나 숲길을 걷다 보면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옛날묘자리라고 쓰여있는데 세월이 흘러 무덤의 형태는 몰 수 없지만 쓰러져 있는 비석 등이 이곳이 묘지였음을 알게 해준다.
묘자리를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면 고요의 숲길을 걸어오면서 지금까지는 듣지 못했던 웅장한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처음에는 이제 길이 거의 끝나가니 도로의 차소리인가 했는데 내려가며 아래를 아무리 봐도 차도는 보이지 않는다. 의문을 품고 있을 즈음 그 우렁차고 시원한 소리가 바로 칡소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임을 알게된다. 칡소폭포 안내판을 보고 물소리가 들리는 나무숲을 뚫고 걸음을 옮기니 크고 작은 바위를 타고 흐르는 맑은 물이 높지는 않지만 물이 많고 여러곳으로 물줄기를 흘려보내니 그렇게 소리가 요란했구나를 느끼게 한다.
해발고도 120~30 m 정도에 위치한 이 작은 물 웅덩이의 명칭은 ‘칡소(칡沼)’이다. 소(沼)는 물이 고인 작은 늪, 웅덩이 등을 일컫는데 폭포 주위에 덩굴성 식물인 칡덩굴이 많이 눈에 띈다. 칡소라는 이름은 오래 전 이곳에서는 칡덩굴을 엮어 그물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근대화 이전인 오랜 옛적에는 산란을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 등도 잡혔다고 한다.
칡소폭포를 뒤로 하고 조금 걸으니 작은 개울의 앙증맞은 다리가 나타난다. 칡소에 고였던 물이 칡소폭포를 만들고 그 흐르는 물이 만든 물길이다.
여기까지가 숲길의 끝이다. 마을로 들어서면 임도와 이어진 포장도로를 걸어야 한다. 잠시 되로 돌아 오늘 걸어 넘어온 소똥령을 마지막으로 본다. 마을에는 2011 자연생태 우수마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조성된 자연(숲) 생태처험학습장이 있는데 각종 야생화를 비롯한 잘 보존된 숲이 아늑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다.
강원도 최북단인 고성군의 작은 마을인 소똥령마을은 해발고도가 100m 남짓한 곳이지만 공기의 청량감이나 주변 분위기는 마치 태백산 주변 고산지대에 와 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곳으로 이름이 알려진 팬션들도 있어 1박 2일의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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