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만나다)아파서 울고, 감동해서 울고… 그의 그림에는 눈물 흘릴 눈이 없다 - 코뿔소화가 김혜주

기사입력 2020.10.15 22:29 조회수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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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주화가와의 첫 인연은 어느 독서모임의 뒤풀이에서였다. 강해 보이는, 강해 보이려는 그녀의 몸부림이 보이는듯해 왜인지 호기심과 함께 끌림이 있었다.

 

그러다 2018년 겨울 그녀의 전시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초대를 받아 인사동의 어느 화랑에서 그림과 함께 조우를 한다. 그림에 무지한 나였지만 작품들을 보는 순간 그녀의 첫 만남에서의 인상과 똑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강렬한 전기가 통하는 듯 했다.

코뿔소3.jpg

전시회에 가기 전 화가를 이해하기 위해(?) 이전 발자취를 훑어 올라갔다.
2017년 13번 째 개인전 ‘달빛 코뿔소’를 보니 무겁고 힘들게 다가왔다.
달. 음의 상징. 이걸 그리고 싶었나. 아름답지 않은, 못난 코뿔소와 함께.
 

코뿔소.jpg

그런 생각으로 화랑에 들어서 그림을 둘러보는 순간, 어 변했네! 그런데 이전에 보았던 그림이 아니네.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이전과는 다른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녀가 변한 건가? 좀 더 가까워진 다음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지금에 안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변하고, 거침없이 나아간다.
 
데미안의 알이 떠오른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고 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신의 가문에서 태어나 신을 버리고 나서야 자유로워졌다고 했지만 결국 코뿔소 등에 올라 탄 작은 소등쪼기새들과 함께 신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암울한 코뿔소에서 아기 코뿔소도 잉태해 나고, 달빛 코뿔소에서 자연의 코뿔소로 달리고, 하늘을 담고 나는 중이다. 이제 또 어떤 알을 깨고 나올 지 기대를 하련다.

코뿔소1.jpg 

2004년 첫 전시회 이후 열여덟 번의 전시회를 한 중견화가지만 여전히 초심으로 그린다.
그러나 그녀의 초심은 영웅이다. 베토벤의 ‘영웅’
 
난청의 베토벤이 소리를 극복하고 만든 ‘영웅’, 고난을 극복하고 만든 작품은 깊이가 있고 울림을 주듯 가출, 이혼, 도피의 세월을 지난 온 그의 그림도 그렇다. 영웅 교항곡의 장르처럼 장성 행진곡의 죽음도 있고 피날레의 환희도 있다.
 
그녀는 낙원을 그려왔다고 했지만 실은 죽음을 결심한 만큼 힘든 지옥을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의 아픔이었다. 뾰족한 뿔, 두터운 피부로 무장했지만 풀만 뜯는 온순한 코뿔소가 그녀였다. 인간을 빼면 자연계에 천적이 없는 강자이지만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나빠 작은 새들에게 제 등을 내주고 위험 경고의 도움을 받는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나에게 갑옷을 다오, 나는 너에게 뿔을 주겠다. 손을 잡으면 우리는 힘센 초식동물이 될 수 있다.”
 
나는 코뿔소 그림을 보며 왜 눈이 없지?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눈이 있으면 뭐하나 보이질 않는데. 있으나 없으나 같은 거다. 하지만 아기 코뿔소는 아주 예쁘게 눈을 그려 주었다. 아기 코뿔소는 아직도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니까… 이게 그녀의 속살이다.
 
“무엇을 하든지 뭔가를 깨닫기 때문에 항상 우는 거에요 제가. 늘 감동하는 거에요 제가. 음악을 듣다가도,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아이들을 키우다가도 끊임없이 감동이 마음 속에 물결처럼 일어나는데...”
 
에너지를 아끼려고 사람 많이 만나지도 않고, 사람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그녀가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근거리에 있는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좀 단순화 시켜서 산다고 했다. 이런 그녀를 그대로 보면 속는 거다. 아니 그랬지만 이제는 변해가고 있다.
그녀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말은 세상에 위안되고 싶은 거다. 자기가 겪었던 아픔을 전해주기보다는 더불어, 함께 환희를 찾아가고 싶은 거다.

지금 그녀의 코뿔소는 네 다리가 아니라 두 다리로 물구나무서는 자신감도 있고 대처로 나와 대자연을 달리는 건강함도 있다.
 
인간이 제어하지 못하는 것까지 하지 않고 그냥 버리고, 하늘에 맡기고 지금 우리의 삶을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일 하다 후회없이 죽음을 맞이하자는 꿈을 가지고 오늘도 우리 모두의 코뿔소와 함께 달려가자고 말한다.(글. 이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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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늘부터 생활연극 '호텔특실'의 배우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어릴 적 꿈, 한번은 연극 무대에 서고 싶었단다. 그래서 연극배우를 처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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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 김쾌대(코리아인사이트 ‘시류난마’ 작가. '생각보다 잘지내는 중입니다' 저자)
김혜주화가
추계예술대 서양화과 졸업.
2004년 첫 전시회, 2020년까지 총 18회 개인전.
머니투데이 ‘김혜주의 그림보따리’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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