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기사입력 2020.05.08 23:53 조회수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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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중앙 재난 안전상황실 내 서울 상황센터에서 안전대책본부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한다'라고 지침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 3월 22일~4월 5일까지(15일) 강화된 1차, 4월 6일~19일(14일) 강화된 2차에 이어 4월 20일~5월 5일까지(16일) 완화된 3차까지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며 우리를 괴롭히던 코로나19 시국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국면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올 초부터 내내 움츠렸던 심신의 긴장을 조금은 풀면서 생전 처음으로 들어보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생활 속 거리 두기'에 공통으로 담긴 <거리 두기>라는 말에 관해 잠시 생각을 모아본다.

 

생활속 거리두기.jpg

 

'거리 두기'와 관련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예전에 어떤 모임에 나가서 조경 전문가 한 분을 만나게 되어 담소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분은 나무들을 배열하여 인위적으로 숲을 만드는 숙련가였다. 그분이 그 자리에서 친해진 나에게 자신의 작업 비밀(?) 하나를 넌지시 알려주신 적이 있었다.
 
"나무들 사이의 거리가 가장 중요해요. 너무 멀리 떨어트려 놓으면 강풍이 밀어닥칠 때 하나씩 하나씩 맥없이 넘어가죠. 땅 밑에서 뿌리가 서로 얽혀 있어야 견뎌낼 힘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너무 바짝 붙여서 촘촘하게 심어 놓으면 양분을 흡수하는데 서로 경쟁이 붙어서 약한 놈이 고사하게 돼요. 나무마다 다른 최적의 거리를 알아야 이 일을 할 수가 있는데 그걸 알기까지 십 년이 넘어간 것 같네요."
 
나무들의 개체가 모여 숲을 이루는 과정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땅 밑에서 그토록 엄연하고 치열한 계산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저절로 우연히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무심하게 넘겨 지내는 때가 얼마나 많은가, 하는 각성을 다시 한 번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비단 자연에서 뿐만이 아니라 인간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들면서 말이다.
 
사진을 찍을 때도 거리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기계가 알아서 너무나 ‘스마트’하게 초점을 자동으로 맞춰준다. 예전에 아날로그 사진기로 찍을 때는 사람이 손으로 렌즈의 줌(zoom)을 조정해서 피사체와의 거리를 맞췄던 기억이 난다. 초점이 딱 들어맞는 순간, 흐릿하던 시야가 선명하게 그 모습을 나타낼 때의 작은 탄성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명징하고 단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지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값진 것인지 살아가면서 점점 깨닫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함께 지내기 위해 지켜야 할 거리가 있다. 너무 가까워서 불편해도 문제고 너무 멀어서 외로워도 문제인 그런 심리적 거리 말이다. 지금 나이 60을 넘은 세대들은 어릴 적, 자라면서 한 방에서 모두 이불을 덮어쓰고 가족들이 함께 잠을 청했던 일이 다반사였다. 50대인 나도 국민학교 5학년 때 난생처음 내 방을 가지게 되었을 때의 기쁨과 흥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그 이전에는 동생들과 한 방을 쓰며 지냈다. 어릴 적부터 살을 비벼대며 지냈던 식구들과의 관계는 밀착이 주는 안정감과 동시에 불편함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애증 관계라는 말은 주로 아주 지극히 가깝고 친밀한 사이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심적 변화를 뜻하는 말이다.
 

생활속 거리두기1.jpg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혼자 지내는 것에 적응한 '독방 아이'였던 나는,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너무 가깝게 형성되는 관계에는 거부감을 느끼며 거리를 유지하며 살게 되었다. 지역이나 학교 동문회에 참석도 안 하고 회사의 회식이나 이런저런 단체들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일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져서 가급적 참석을 피하며 살았다. 밥도 혼자 먹고, 술도 혼자 마시고, 여행도 혼자 가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훌쩍 중년으로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외롭다는 사실을 실감하곤 하는데 가끔씩 지난날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시간을 되돌릴 방법이 없으니 부질없이 기억을 소환해서 만지작거린다고 지금 현실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듯이 '사회적 거리 두기'든 '생활 속 거리 두기'든 이제 누구나 타인과의 거리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생활 습관을 변경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어쩌면 어떤 사람들은 너무 밀착되어 있던 거리를 조금은 떨어뜨려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데 집중하자고 결심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인간은 반대로 조금은 타인에게 다가서는 습성을 이제부터는 몸에 붙이며 살아가야겠다고 조용히 다짐해본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모두 과거에 비해 건강하고 활기찬 숲을 이루며 초점이 잘 맞은 사진처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기원한다.
 

김광진프로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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