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비대면)의 시대가 온다

기사입력 2020.05.23 09:32 조회수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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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가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예측하는 지점이 '언택트'(Untact)' 현상이다. '콘택트(contact, 접촉하다)'에서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점원과의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새로운 소비 경향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주로 마케팅과 유통 관련한 경제 예측 보고서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 하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고민도 수반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이상 여의치 않게 된다면 우리 삶의 질은 과연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퇴보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우리 아들 녀석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도래한 디지털카메라의 시대에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지낸다. 만약에 아날로그 카메라가 여전히 득세하고 있었다면 뒷바라지하는 학부모의 처지에서 그 비싼 렌즈와 필름 값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전 국민의 손안에서 자리 잡고 있는 디지털카메라로 인한 뜻밖의 폐해도 만만치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몰카의 피해에 늘 경계심을 버릴 수 없는 여성들의 불안감이 만연하게 되었고 주기적으로 새로운 신상 모델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드는 비용도 솔찬히 들어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지천으로 깔리게 된 사진 이미지의 범람으로 인해 사진은 예전에 누렸던 '희소성의 권위'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제 그 누구도 졸업이며, 결혼이며, 돌잔치며 기념일에 찍은 사진을 사진첩에 고이 담아 소중하게 간직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퇴색이나 분실의 염려가 없는 디지털 사진이 오히려 더 오랜 생명력으로 우리 곁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소환할 수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디지털이나 아날로그냐의 방식의 문제로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사진이라는 대상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들이 사진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진(에 담겨 있는 삶의 편린)을 향해 애틋한 마음과 정성을 놓치지 않는다면 그만큼 우리 삶의 외연도 넓어지고 내용도 풍성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untact.jpg

 
필자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비대면 접촉에 관해서도 얘기하고 싶은 지점이 있다. 얼굴을 맞대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인간이 인간을 향한 존엄성을 과연 얼마나 담보하며 지낼 수 있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이미 무인 주문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매는 노약 층의 문제가 불거졌고 교수에게 학생이 문자 한 통으로 사과 메시지를 보내는 세태에 대해서 개탄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가 ‘언택트’ 시대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네 상호 간의 신뢰와 존중의 질서가 무너질까 봐 바로 그 점을 우려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사과에 관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에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상사 앞에 서류를 들고 결재를 받았던 일이 생각난다. 서류를 얼마나 잘 작성했느냐 와는 상관없이 그 앞에서 왠지 주눅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소위 말하는 '기가 눌리는 형국'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기'에 해당하는 철학적 용어가 바로 '아우라 aura'이다.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1892∼1940)의 예술이론으로 예술 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뜻하는 말이다.
 
위대하고 숭고한 것, 주로 예술 작품이나 종교적 예식 등에서 우리는 뭐라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느끼곤 한다. 요즘 공연장을 가지 못하게 되면서 온라인에서 뮤지컬이나 음악 공연 등을 중계해 주는 현상을 지켜보게 되는데 현장의 생생한 느낌이 거세된 분위기가 너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익을 위한 대처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함부로 예전의 관행만을 주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 우리는 이렇듯 뭔가 소중한 것을 상실해 가는 일과 뭔가 잘못된 것들이 바로 잡혀가는 일 모두를 겪으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일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발전이나 퇴보냐의 결과는 결국 그 기로에서 최대한 현명한 선택을 만들어 가야 하는 우리의 책임과 연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코로나'라는 말은 원래는 개기일식 때 보게 되는 태양의 가장 바깥쪽에 존재하는 엄청난 고온의 플라스마 대기층을 뜻한다고 한다. 어떻게 보자면 '코로나'는 태양이 지닌 '아우라'일 수도 있겠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하면서 지금 지구촌을 마치 개기일식을 당하는 태양처럼 잠시 어둡고 캄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암울한 그림자가 걷히고 다시 새로운 태양이 우리를 비추는 시간이 왔을 때 다시 펼쳐지게 될 세상의 모습이 예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사실이 두렵기도 하고 흥분이 되기도 하는 그런 시절을 우리는 지금 보내고 있다.
 

김광진프로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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