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노래야! ' 가곡 ‘명태’의 황당한 탄생비화

기사입력 2020.07.23 06:48 조회수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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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jpg

(유튜브 캡쳐)

 

"이것도 노래야?"
"집어 치워!"
"이거 코미디에요. 코미디".

 
20여년의 세월이 지나 캐비넷에 처박힌 휴지조각에서 대박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가곡이 있었으니 바로 '명태'의 이야기다. 오늘은 우리나라 가곡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하는데 M 방송사에서 ‘가을맞이 가곡의 밤’을 수차례 맡았었는데 그러다보니 가곡에 대해 많은 애정도 갖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여기저기 불만 담긴 아쉬운 마음도 생겼다.
 
긍정적으로 보면 우리의 정서를 잘 갖고 있는 문화유산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일본 가곡의 표절 퍼레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일파' 같은 편가르기가 아니고 그냥 복제품 수준의 가곡은 참으로 많다. 마치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고 자랑하는 학교들의 교가는 상당부분 일본의 유명 고등학교 교가와 비슷비슷한데 아마 전수 조사를 해보면 끔찍할 것이다.
 
가곡 또는 예술가곡은 유명 시인의 멋진 시에 곡을 만든 그런 형태의 노래로 독일
어로는 리트(Lied)라고 한다. '괴테'나 '밀러' 등이 지은 시에 '슈베르트' '슈만' 등이 음률을 달아 멋진 노래로 만든 것이다.
 
'명태' 이곡은 부르기 어려운 노래다. 부를 수는 있어도 그 맛과  드라마틱한 느낌을 故 '오현명'선생 만큼 표현하기가 절대로 쉽지 않기에 '명태'는 수많은 바리톤 가수 들의 희망이자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그래서 출연섭외가 너무 힘들었는데 이유는 아무리 잘 불러봐야 흔한 말로 중간밖에 못가기 때문이다. 노랫말도 해학이 넘치고 '권주가'로도 손색이 없는 대한민국 대표 가곡으로 육군 종군작가였고 서울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던 작사자 '양명문'님의 시를 보면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던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카아~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짜악 찢어지어 내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으허허허허허~~이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이 시에 한국전쟁 당시 국군장교였던 '변훈'님이 곡을 붙여 가곡으로 만드는데
당시에는 생소한 형식 그리고 돌연변이 같은 음악으로 지독한 혹평을 받는다. 또한
故 오현명선생(1924년 출생) 역시 국군정훈음악대에 있을때 '변훈'으로부터 이곡을 받아 몇번 불렀는데 엄청난 혹평을 받는다. 작곡가 '변훈'은 하도 낙담해서 직업을 바꿨고 28년간 포르투갈 대사 등 외교관으로 변신한다. 1952년에 당시에 음악평론 의 대가였던 이성삼선생이 연합신문에 '이것도 노래라고 발표를 하나...' 혹평한 얘기는 유명하다.
 
이곡의 악보는 약20여년간 캐비닛에 묻혀 있다가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대학생들과 함께 한 음악회에서 ‘오현명’에 의해 ‘번외곡’으로 다시 불리우게 되고 거기서 대박이 난다. 기존의 형식을 뛰어 넘은 신선한 가사와 멜로디에 젊은층들이 열렬히 환호했고 그때부터 '명태'는 언제나 빼놓을 수 없는 우리 가곡의 중요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다. 음악 평론가 서우석선생이 문예중앙 80년 겨울호에서 극찬을 하는데 그래서 80년대부터 소위 인기가곡으로 빵! 터지게 된다.
 

명태1.jpg

(사진: 한국소방안전원 웹진)
 

이젠 지구 온난화현상으로 인해 동해에서 명태가 거의 안 잡힌다. 봄에 잡으면 춘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 새끼 명태는 노가리, 갓 잡은 살아있는 명태는 생태, 얼린 명태는 동태, 일반 건조하면 북어, 반쯤 말리면 코다리, 얼렸다 녹였다 반복해서 말리면 황태.
 
첼로의 묵직한 스윙이 바닷속의 명태가 이리저리 떼지어 헤엄치는 모습을 표현하는 전주로 시작하는 가곡 '명태'. '명태'에 참으로 많은 이름이 따라 다닌다. 한국인의 밥상에 가장 많이 올렸던 생선임을 증명하듯이...
 

이홍주프로필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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