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원 전(BC, Before Corona)과 기원 후

기사입력 2020.08.31 08:12 조회수 236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URL 복사하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perfect-circle-of-suburban-neighborhood.jpg

한때 유머 게시판에 올라왔던 글이 하나 있다. 미국 초등학교 시험에 B.C와 A.D의 약자를 물어보는 문제가 출제됐는데 한 학생이 B.C는 Before Christ라고 쉽게 답을 적었지만 A.D는 도저히 정답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을 거듭하던 그 아이가 적은 최종 답변은 'After Death'(그리스도의 죽음 이후)였다고 한다. (정답은 라틴어 Anno Domini, 영어 번역은 In the year of the Lord로 그리스도의 해(年) 정도가 되겠다)

 

구세주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신 사건을 기준으로 그 전과 후가 나뉘어 시대가 구분되었듯이 이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며 새로운 시대의 기원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미 많은 사람이 질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병상에 누워 사투를 벌이고 있고 우리는 자신도 혹시 확진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지내고 있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도 '2.5 수위'로 격상되면서 홍수가 넘실거리며 언제 범람할지 모르는 제방의 처지 마냥 우리는 불안감과 무력감마저 느끼고 있기도 하다. 그야말로 곳곳에 죽음의 기운이 만연하며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사망 사태>와 그 이후(After Death)의 변화된 세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격변기를 지나면서 '과연 어떤 세상이 도래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도 중요하지만 '과연 어떤 시대(Era)가 저물어 가는가'에 대한 질문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기는 서양사의 분류법에 따르면 '근·현대'라고 명명할 수 있고 그 이전에는 '중세'가 지속하고 있었다는 정설을 모두 알고 있다. 각 시대에는 세상을 지배하는 정신, 혹은 가치가 공기처럼 퍼져 있으며 후대에 이를 정리해서 개념화하고 역사의 교훈을 얻으려고 한다. 중세를 지배하던 정신적 가치는(물론 서양의 역사이지만) <절대 신의 뜻(섭리)> 라고 말할 수 있으며 천 년이란 시간 동안 켜켜이 쌓인 부작용들에 대한 반동으로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니었을까?

 

정신적으로 종교 혁명이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유럽을 뒤덮었고 활자의 발명을 필두로 한 과학 기술의 산업 혁명을 통해 인간이 이성 理性을 대면하게 되면서 신은 점점 인간에게서 언택트(Untact)한 존재가 되었다.

 

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인간은 이제 부모에게서 독립한 자식처럼 세상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며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계를 발명하고 공장을 세우고 도시를 이루며 시장 market에서 자신이 보유한 가치와 타인의 그것을 교환하며 경제 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인간은 여세를 몰아 이성의 힘을 빌려 의료와 교육 체계를 발전시키며 더 오래 살고 더 보람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이성이 인간을 미개한 동굴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등불이 될 수는 있어도 야만적인 욕망의 늪에서 구출해 주는 밧줄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말이다.

 

자유시장 경제주의는 엄격한 아버지와 같은 절대 신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은 자연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마음껏 끌어다가 상상을 초월한 물질적 풍요로움을 창출했다. 하지만 내면에 숨길 수 없이 자리 잡고 있는 탐욕으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의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고 자원을 제공하는 자연마저 훼손하며 점점 파멸을 향한 기차에 올라타는 위험을 자초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서사의 어쩌면 마지막 종착역이 될 수도 있는 결말이 바로 코로나 사태가 아닐까?

 

중세의 시작을 생각해 보면 거기에 자애로움과 희생과 헌신이라는 귀하고 값진 가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천 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물이 고여 썩듯이 그 가치가 점점 인간을 위협하고 착취하는 괴물로 변질하였으며 인간은 그에 저항하여 새로운 가치를 세워 역사를 이끌어 왔다. 이제 신성불가침의 인간의 당당한 자유 의지와 정의로운 평등 의식,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교환 가치 등이 예전의 괴물의 자식처럼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는가.

 

앞으로 우리는 무한 리필처럼 제공되던 자유가 상당 부분 제한되기도 하고 공익을 위해 어느 정도 불평등한 조치가 취해지는 현상들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왕래하며(물론 돈이 있다면) 물자와 서비스를 교환하며 부를 축적하는 행위들도 고장이 난 기계처럼 원활하지 못한 채 버벅거리는 일들도 겪게 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무척이나 강하고 질겨서 현재로서는 아직 확실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얼마나 그에 못지않은 아니 더욱 강력한 무엇인가가 인간이 만든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창궐할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예전에 중세를 넘어 근현대의 시대를 열었고 가까이 보면 두 번의 세계 대전을 지나며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며 한 단계 높은 가치를 생산해 낸 사실이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인간이 지닌 이성의 힘을 믿지만 같은 인간이 지닌 탐욕의 위력을 거부한다.
아울러 엄청난 혼돈이 주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또한 그걸 딛고 다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냈던 역사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은 나에게 기원전이 끝나고 기원후(After Desire)가 열리는 세상이 아닐까 한다.

 

김광진프로필.jpg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URL 복사하기
<저작권자ⓒ코리아인사이트 & koreainsight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0
이름
비밀번호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